최근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시스템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두나무와 같은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와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두 개념의 구조, 발행 주체, 신뢰성, 법적 지위 등 근본적인 차이를 비교 분석합니다.
발행 주체와 통제 구조의 차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화폐는 모두 실물 통화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누가 발행하고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있어 큰 차이를 보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두나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이는 기업의 자체 시스템에서 원화를 예치하고, 이에 상응하는 만큼의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 됩니다. 이때 발행 및 운영의 책임은 전적으로 두나무 같은 민간 기업에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국가 공식 디지털 법정화폐입니다.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이 유일한 발행 주체로서, 기존의 화폐처럼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발행부터 통제, 유통까지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신뢰 기반이 ‘기업의 지급 보증’에 있는 반면, 디지털화폐는 ‘국가의 통화 주권’에 기반합니다. 이로 인해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디지털화폐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통화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두 화폐의 가장 큰 차이는 ‘누가 만들었고, 누가 책임지는가’에 있으며, 이는 정책적 안정성과 금융 신뢰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구조 및 기술 구현 방식의 차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화폐는 기술적 구조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퍼블릭 블록체인 또는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상에서 구현됩니다. 이더리움, 솔라나, 루나 등 다양한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지갑을 통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USDT(테더), USDC, 바이낸스의 BUSD 등은 다양한 체인에서 발행되어 유통됩니다. 두나무가 개발할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루니버스나 카카오의 클레이튼 같은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될 수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화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혹은 별도 중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니다. 한국은행은 현재 테스트 단계에서 하이브리드 형태의 허가형 블록체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향후 실제 상용화 시에는 금융기관들과의 직접 연계가 포함될 수 있는 중앙관리형 시스템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예치금 1:1 발행’ 방식이나 알고리즘 방식 등 다양한 모델이 존재하지만, 디지털화폐는 기존 통화량과 연동되는 국가 금융 시스템과의 직접 통합 구조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구조 차이는 사용자 경험, 거래 수수료, 처리 속도,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방면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빠른 혁신과 개방성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디지털화폐는 안정성과 제도적 보완 면에서 우위를 가집니다.
법적 지위 및 활용성의 차이
법적 관점에서도 두 자산은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국내법상 ‘공식 화폐’로 인정받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연동형 토큰으로 분류되며, 지급 수단이라기보다는 ‘디지털 자산’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결제나 송금은 법적 효력이 제한되며, 금융감독원 등의 규제 하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점차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디지털화폐(CBDC)는 기존 화폐와 동일한 ‘법적 지급 수단’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법률에 따라 보호되기 때문에, 민간 상거래, 세금 납부, 공공 서비스 등에서 실질적인 화폐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활용성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의 거래, 디파이(DeFi) 플랫폼 활용, 해외 송금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디지털화폐는 국가 단위의 정책 집행, 보조금 지급, 불법 자금 추적 등 광범위한 사회 시스템에 직접 통합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라이버시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도 두 시스템은 상반된 성격을 가집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익명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으나, 디지털화폐는 KYC(고객확인제도)와 AML(자금세탁방지)을 철저히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익명성은 제한되고, 통제력은 강화됩니다. 결국 두 시스템은 목적과 활용 범위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법적 지위에 따라 사용자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화폐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발행 주체, 기술 구조, 법적 지위, 활용 범위 모두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혁신의 상징이며, 디지털화폐는 공공 통화 질서의 확장입니다. 향후 가상자산과 금융 시스템이 융합되면서, 두 체계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 속에서 공존하게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금융 기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두 개념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입니다.